감사할 많은 것들

다섯번째 수업을 마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본문

다양한 생각들

다섯번째 수업을 마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cestmoichaeyoung 2021. 6. 19. 21:11
반응형

대부분 40-60대 어른들이 많으신 이 필드에서 20대인 나의 등장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만드나보다. 특히 어제 섭취요양보호 수업을 맡으신 강사님께서는 내 나이를 물으시고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를 너무나도 궁금해하셨다.

사실 나조차도 내 자신이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이 생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수업 내용을 듣다 보면 이 내용이 정말 내가 궁금해하던 것이며, 어른들을 대하는 내 행동의 근거가 된다는 생각에 벅찬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내 할머니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사랑을 그분들께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착 달라붙어서 껴안고 있기도 하고, 예쁘다고 말하며 뽀뽀하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할머니의 백신 접종때문에 대기하던 중, 옆에서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시던 한 중년 여성분께서 나보고 '어떻게 할머니를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냐'며 '너무 애틋해서 내가 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나에겐 일상이었지만 그 분께 특별하게 보였던 이유를 생각해봤다. 세상 모든 손녀들이 다 나만큼 본인의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내가 조금 더 익숙한 것 아닐까?

우리 할머니는 1년 반 동안의 요양원 생활 이후 스스로 걷지 못하게 되셨다. 말씀도 못하시고, 식사 양도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지셨다. 이후 집에서 7개월간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나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했다. 치매가 심해지신 할머니가 식사 중에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시면, 스스로 그만두실때까지 내버려두었다.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어 내 입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어느샌가 입이 굳으셔서 대답을 듣기까지 한참이 걸려도, 채근하지 않고 기다렸다. 어떤 행동이 할머니를 웃게 하고 어떤 행동이 할머니를 찡그리게 하는지를 알고 싶어 매일 그 시선을 따라다녔다.

부정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안돼요, 그만하세요 와 같은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수없이 들었을 말들. 할머니와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해서, 매번 예쁜 그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부정적인 말이 나올 새가 없기도 했다.

유아교육을 공부하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약자. 어린 아이와 노인 모두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왜 이렇게 무의미한 삶을 살아야 할까? 태아도 생명이라며 낙태를 반대하는데 왜 버젓이 살아 숨쉬는 노인의 생명은 왜 이리 멸시당할까? 노인은 언제부터 짐이 되는 존재가 되었을까? 이 모든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대안적 노인요양시설을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일 수 있는 곳. 어르신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곳. 직원들이 본인의 부모님을 맡기고 싶어하는 곳. 그런 곳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다.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태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지만,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원망과 안타까움이다. 그 동안 계셨던 요양보호사 분들은 이렇게 잘 배워서 왜 우리 할머니를 그렇게 대했을까? 타자이기 때문에 가족같은 마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가 집중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모두를 존중하는 시설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Comments